성공에 대한 통념을 뒤집다
성공하고 싶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네!"라고 답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며, 때로는 운이 따라주기를 기도합니다. 서점에는 성공 비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넘쳐나고, 강연자들은 저마다의 성공 공식을 외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왔던 성공 공식이, 특히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는 오히려 성공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딜버트(Dilbert)'라는 세계적인 만화로 유명한 스콧 애덤스(Scott Adams)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자신의 수많은 실패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는 패배자를 위한 것(Goals are for losers)", "열정은 과대평가되었다(Passion is overrated)", "운은 조작될 수 있다(Luck can be manipulated)"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이 글에서는 스콧 애덤스가 제시하는, 통념을 뒤엎는 성공 철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의 '인생 강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성공에 접근하는 방식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그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와 힘을 발견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1. 왜 목표는 패배자를 위한 것인가? - 복잡성 시대의 함정
스콧 애덤스는 목표 설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100년 전 농부의 예시를 듭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40에이커의 땅을 개간하겠다는 농부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하며 예측 가능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과 결과가 비교적 분명했죠.
하지만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주머니 속 스마트폰 하나를 고르는 데도 통신사, 요금제, 데이터 플랜, 4G/5G, Wi-Fi, 수많은 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넘쳐납니다. 우리의 삶과 세상은 과거 농부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애덤스의 비유처럼 "안개 낀 숲 속 어딘가에서 움직이는 과녁을 향해, 질주하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화살은 단 하나뿐입니다.
물론 운 좋게 과녁을 맞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성공한 소수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목표 설정의 힘'을 강조하며 책을 쓰겠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성공 법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목표에 과도하게 집중할 때 발생합니다. 목표 달성에만 몰두하다 보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더 나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옆길에 황금이 떨어져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목표는 때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유연성을 앗아가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2. 목표 대신 시스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꾸준함의 힘
그렇다면 목표 설정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스콧 애덤스는 '시스템(System)'을 구축하라고 제안합니다.
-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시스템은 특정 목표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성공 확률 자체를 장기적으로 높이는,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어떤 활동을 의미합니다. 당장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꾸준히 실행하면 전반적인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방식입니다.
- 시스템의 핵심: 중요한 것은 개별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시스템을 통해 나의 개인적인 가치(기술, 경험, 지식, 네트워크 등)는 꾸준히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애덤스는 몇 가지 흥미로운 예시를 통해 시스템의 힘을 설명합니다.
- 마누엘의 연애 시스템: 학창 시절, 애덤스는 특정 여학생을 목표로 삼아 몇 달간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반면 친구 마누엘은 만나는 여학생들마다 데이트 신청을 하는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거절율은 높았지만, 시도 횟수가 많아 결국 여자친구를 사귈 확률이 높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마누엘은 어떤 말이 통하는지(일종의 A/B 테스팅), 거절에 대처하는 법 등을 배우며 지속적으로 연애 기술이라는 개인적 가치를 높였다는 점입니다.
- 테니스 파트너의 면접 시스템: 애덤스의 테니스 파트너는 일부러 자신이 원하지 않는(급여가 낮거나 통근이 불편한) 회사의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이는 그 자체로 네트워킹 기회가 되었고, 면접 기술을 연마하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면접에서 "당신은 이 직책에는 과분하지만, 마침 부서장 자리가 비었는데 당신에게 완벽하다"는 제안을 받아 예상치 못한 큰 승진을 하게 됩니다. 특정 목표가 아닌, 꾸준한 시스템(면접 보기)이 예상치 못한 큰 기회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 보완적 기술 쌓기: 애덤스는 대중 연설 기술(데일 카네기 코스 수료)을 예로 듭니다. 어떤 분야든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면, 리더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글쓰기, 비즈니스 지식, 유머 감각 등,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수준의 여러 기술을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애덤스 자신도 평범한 그림 실력, 평범한 글쓰기 능력, 평범한 유머 감각, 평범한 비즈니스 지식을 결합하여 '딜버트 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적 접근입니다. 개별 기술은 목표가 아니지만, 꾸준히 연마하고 결합하는 시스템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인 것입니다.
3. 열정은 과대평가되었다: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
성공한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열정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하지만 애덤스는 이것이 '말하기 좋은' 답변일 뿐이라고 꼬집습니다. 억만장자가 "나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똑똑해서 성공했다"거나 "내부자 거래로 시작했다"거나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애덤스는 과거 은행에서 대출 심사 업무를 할 때 상사로부터 들었던 말을 인용합니다.
"열정만 넘치는 사람에게는 대출해주지 마라. 잘못된 이유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스프레드시트를 들고 와서 '이 드라이클리닝 프랜차이즈 사업의 숫자가 좋아 보이고, 관련 경험도 있으며,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성실한 사람(grinder)'에게 대출해줘라."
'아메리칸 아이돌' 예선장의 수많은 '열정적인' 탈락자들을 보면, 열정은 성공보다 처참한 실패와 더 관련이 깊을 수도 있다고 애덤스는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열정 대신 무엇이 중요할까요? 애덤스는 '개인의 에너지 관리'를 강조합니다.
- 신체적, 정신적 활력: 성공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필수적입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려면 기본적인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의지력 대신 습관: 애덤스는 운동을 예로 듭니다. '주 3회 고강도 운동' 같은 목표는 고통스럽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그는 '매일 꾸준히,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운동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3마일을 뛸 수 있어도 일부러 2마일만 뛰고, 운동 후에는 기분 좋은 보상(맛있는 단백질 쉐이크나 커피)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하면 운동이 고통이 아닌 즐거운 습관이 되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것을 터득했다는 것입니다.
- 작은 행동 유도 (운동복 트릭): 운동할 시간이 있지만 에너지가 없을 때, 일단 운동복을 입고 집안을 서성여 보라고 제안합니다. 옷과 관련된 연상 작용이 뇌의 운동 서브루틴을 활성화하여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최면술 과정에서 배운 팁이라고 합니다.)
결국, 열정이라는 막연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감정에 의존하기보다, 식단, 운동 등 구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더 현실적인 기반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4.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확률 게임에서 승리하기
성공에 있어 '운'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스콧 애덤스 역시 자신의 성공에 큰 행운이 따랐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운은 번개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애덤스는 여기서도 시스템적 사고를 적용합니다. 운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운이 찾아올 확률을 높이는 게임으로 옮겨갈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 번개 맞는 확률 높이기: 번개를 맞고 싶다면(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비 오는 날 밖에 나가고, 산 정상에 올라가고, 피뢰침을 들고 서 있으면 확률이 높아집니다. 피뢰침 하나가 부족하면 여러 개를 설치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확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입니다. 운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 '운 좋은 사람'의 비밀 (리처드 와이즈먼 연구):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의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더 넓은 인식의 장(field of perception)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기회를 더 잘 발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사고 훈련(확언, 기도 등 방식은 중요하지 않음)을 시키자, 실제로 더 많은 기회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마음가짐 자체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시스템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에너지를 관리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운 좋은'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될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은 곧, 운을 위한 피뢰침을 더 많이 설치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5.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성공 시스템의 일부다
스콧 애덤스는 자신의 36가지 사업 실패 사례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합니다. 테니스 라켓에 붙이는 로진 백 아이디어는 변리사에게 "기존 제품 두 개를 벨크로로 붙인다고 발명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면박을 당하며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적 재산권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얻었고 이는 훗날 다른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모든 실패에는 배울 점이 있다. 그가 시도한 것들의 약 10%만이 성공했지만, 대부분이 고위험 고수익 유형이었기에 이는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한 90%의 시도들이 성공한 10%를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시스템적 접근에서는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실패보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실패는 좌절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높이고 다음 시도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성공 시스템의 일부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라'는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배움의 기회로 삼으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결론: 성공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 - 시스템, 에너지, 그리고 확률 게임
스콧 애덤스의 주장은 전통적인 성공 공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냉소주의나 운명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 경직된 목표 대신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십시오.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새로운 기술 배우기, 네트워킹, 건강 관리 등)에 집중하세요.
- 막연한 열정에 의존하기보다 에너지를 관리하십시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 습관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운을 기다리지 말고, 운이 찾아올 확률을 높이십시오.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회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세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임을 받아들이십시오.
결국 스콧 애덤스가 말하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라'는 것은, 무작정 아무거나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성공 확률을 꾸준히 개선하는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말라는 현명한 조언입니다. 목표라는 하나의 과녁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더 많은 화살을 쏘고, 더 많은 피뢰침을 설치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콧 애덤스가 제시하는, 변화무쌍한 시대를 헤쳐나갈 우리 모두를 위한 새로운 성공 로드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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